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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능은 수단일 뿐,
새마을금고의
진정한 목적은
‘주민’과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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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철 전 이사
Q 이사님께서는 새마을금고와 역사를 함께 한 산증인으로서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퇴임하신 이후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새마을금고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국가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사회봉사활동을 하다가 재건국민운동에 몸담고 계신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까 그 분이 재건국민운동중앙회 회장님을 소개시켜 주셔서 중앙회에 참여하게 됐죠. 그 때가 1972년 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재건국민운동중앙회 교도국에서 재건학교를 담당하다가 3개월 만에 개발국으로 전보되어 마을금고를 맡게 되었고, 이때부터 마을금고와의 50년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Q 1982년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된 일은 새마을금고의 존립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이 일을 직접 감당하신 부서장으로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A 70년대 새마을금고가 크게 늘어나면서 도시로 확산된 마을금고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이를 빌미로 정부 일각에서 새마을금고를 타 금융기관으로 흡수한다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결정에 새마을금고연합회가 강력히 반발하자 감사원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결국, 감사원 특감을 받게 되었습니다. 감사를 받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도 감사관들에게 전국 새마을금고의 성공사례를 마치 천일야화 처럼 얘기해줬고, 그들도 금고와 새마을금고연합회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금고를 육성해온 것을 인정하게 되었죠. 특감 후 열린 감사원 결과 보고회의에서는 비장한 마음으로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최근의 금고 사고는 지도·감독 부족에 따른 횡령도 있지만, 유동성 부족에 따른 경우가 많습니다. 연합회는 중앙교육원을 확장해 지도자 교육을 강화하고 법이 정한 신용사업도 이미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금고 사고는 이것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특히 금고의 부실에 대비해 새마을금고연합회에 안전기금을 설치해 회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이러한 얘기와 함께 서울의 빈촌을 크게 변화시킨 오류동금고의 사례를 들며, 지금까지 한 말이 막연한 계획이 아니라 이미 실현되고 있고, 모든 금고를 이렇게 육성하겠다고 강조했죠. 제 얘기를 듣고 난 주재관이 해당 부처에 “당신네는 문제가 있으면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왜 없앨 생각만 하느냐”고 질책했습니다. 이렇게 새마을금고가 기사회생하며 금고법 제정에 주력하게 되었죠.
Q   「새마을금고법」 제정 당시 법안의 초안을 직접 작성하셨습니다. 「새마을금고법」 제정의 의미와 함께 새마을금고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A   「새마을금고법」은 2차에 걸쳐 추진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1979년 내무부와 함께 추진하다가 10·26사건으로 중단되었고, 두 번째는 사고에 대비한 안전기금 설치와 신협법상 재무부 감독 아래 있던 새마을금고를 주민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살려 내무부 산하로 변경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새마을금고법」 제정의 핵심은 마을금고가 금융조직이 아닌 주민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재정립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배당이라는 개인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해 신협법에서 10% 이내로 제한했던 임의적립금 한도를 금고가 자율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새마을금고법」에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국민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으로서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참여의 대중성’입니다. 둘째, 주민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업무의 보편성’입니다. 셋째, 궁극적으로 건전한 국민정신 함양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정신·경제 병진운동으로서 ‘목적의 복합성’을 들 수 있습니다.
Q 새마을금고와 평생을 함께하면서 수많은 사건들을 겪으셨는데요.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새마을금고 역사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A 가장 큰 사건은 역시 1982년 감사원 특감이었고 이에 못지않은 사건이 당시 새마을운동본부중앙회에서 새마을운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새마을금고연합회 인사까지 개입하면서 새마을금고를 통합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면서 그 쪽에서 추천한 신임 연합회 회장님께 평소 소신을 말씀드렸습니다. 1960년대 종합적인 국민운동으로 재건국민운동이 펼쳐졌고, 1970년대에는 각 기능이 전문분야로 분리·발전되고 있는데 1980년대 들어 다시 통합하는 것은 사회발전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또 두 기관에 적용되는 법이 다르기 때문에 법 적용에 큰 혼란이 생기고, 무엇보다 굳이 통합하지 않아도 우리가 자율적인 국민운동으로서 국가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렸죠. 묵묵히 듣고 있던 회장님께서도 수긍해 주셨습니다. 그 후 연합회를 새마을운동 경내로 끌어들이기까지 했으나 통합은 이루지 못한 채 일단락되었습니다.
Q 새마을금고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없이 외환위기를 견뎌낸 유일한 금융기관이었습니다. 당시 새마을금고가 위기를 극복해낸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IMF 관리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새마을금고의 노력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A 새마을금고는 은행보다 13년이나 앞선 1983년부터 이미 예금자보호를 위한 안전기금을 설치했습니다. 금고가 지급불능 상태가 되어도 새마을금고연합회가 고객들에게 대위변제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준비를 한 거죠. 당시 대부분의 부실금고는 인근 금고에 통합되었는데, 부실금고를 흡수한 우수금고들은 대개 지원금을 새마을금고연합회에 재예치하고 이자로서 외환위기를 함께 감당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대출 회수에 여념이 없었던 은행권과 달리 대구 원대금고는 오히려 시장 상인들에게 신용으로 자금을 풀어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했습니다. 이 일로 원대금고 박정구 이사장은 수많은 은행 및 금융계 인사들을 다 제치고 ‘다산금융인상’을 수상하며 금고가 왜 존재하는지, 금고의 우수성이 무엇인지를 증명해 보였습니다.
Q 새마을금고가 우리 민족의 공동체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생각하고 계신 사업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A 각 금고들이 추진하고 있는 수많은 지역사회개발사업이 바로 이러한 사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새마을금고법과 정관에 ‘지역사회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의 계승과 선양’이라는 업무를 금고 고유의 업무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파트 주거문화 정착으로 이웃이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좋은 이웃’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금고가 잘 갖추고 있는 ICT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동차 같이 타기’와 같은 ‘품앗이 운동’을 펼친다면 이웃을 복원하는 데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Q 최근에는 IT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금융기법이 고도화되고, 비대면 영업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해 새마을금고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A 새마을금고 6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아프리카 새마을금고 설립 사례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돈을 항아리에 담아 땅 속에 묻어두던 마을에 금고를 설립하고 나니, 주민들이 휴대폰으로 거래를 하는 거였습니다. 저축할 돈은 없어도 휴대폰은 가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금고의 주된 저축원이었던 잔돈과 파출수납은 모두 카드와 전자금융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우선 주민들의 모(母)계좌를 금고로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ICT를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개선하는 등 더욱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Q 최근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금융교육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의 세계적 확산과 관련해 이사님의 활동을 소개해 주십시오.
A 우리의 앞선 경험을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개발도상국과 나누기 위해 정부가 2012년부터 KSP(Knowledge Sharing Program)를 추진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 출강하거나 또 해외에 출장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새마을지도자들에게 새마을금고를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Q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21세기 선진 종합금융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마을금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새마을금고가 지향하는 핵심은 ‘주민’과 ‘마을’입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과정이 필요한데, 금고의 금융기능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입니다. 수단에 치우쳐 목적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저금리 기조는 고리채 정리부터 시작한 마을금고의 손금같이 변하지 않는 본질입니다. 출자배당을 제한하고 이용고 배당을 늘리는 것은 이윤보다 이용을 중시하는 것은 ICA의 기본정신이며, 이는 곧 저금리 기조 위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은행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금고만의 경쟁력은 ‘주민’이자 ‘마을’입니다. 새마을금고는 마을에 있는 금고가 아닌 마을 사람들의 금고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Q 새마을금고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응원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새마을금고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임직원들에게도 격려와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새마을금고 60년을 돌아보는 회고의 키워드는 주민과 지역사회, 그리고 지도자입니다. 주민들이 상부상조의 전통을 바탕으로 참여하고, 지도자들이 사심 없이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온 과정이 새마을금고 60년 역사의 골격입니다. 선배들이 지켜온 정신, 주민들과 함께 일궈낸 성과를 디딤돌 삼아 새마을금고가 진정으로 꿈꾸는 이상향을 향해 달려갈 때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도를 벗어나지 말고 양보다 질에 충실하며 새마을금고가 추구하는 기본정신을 굳게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창립 60주년을 맞이해 새마을금고인 모두가 다시금 이러한 협동조합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